또 한 명의 순례자

제3권 “사랑의 공간” 초역이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오늘 부터 순서대로 하루에 한 장씩 올려드릴께요. 부족한 점 댓글에 지적해 주시면 더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자 그럼;

또 한 명의 순례자

강이다! 내 앞에는 시베리아의 오비 강이 널리 펼쳐져 있다. 이 북쪽 오지 마을에서는 정기 교통편도 더 이상 앞으로 전진하지 못한다. 난 다시 오비 강변에 서있는 것이다. 아나스타시야의 빈터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배나 소형 모터보트를 임대해야 했다. 강변에는 여러 척의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나는 그 중 하나 곁에서 고기잡이 어구를 손보고 있는 세 명의 남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나를 정해진 지점까지 태워다 주면 대가를 두둑이 지불하겠다고 전했다.

– 그 일이라면 예고로비치 일인데 한 번 건네주는데 50만은 한다오 . – 한 남자가 응수했다.

인적이 드문 시베리아 타이가의 조그만 마을까지 전문적으로 교통편을 제공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나는 바로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지점에서 아나스타시야의 빈터까지는 단 25km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터무니 없는 바가지 요금까지!? 그러고도 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인데…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르는 법. 북극 오지에선 흥정이 들어설 틈새가 없다. 그래서 난 이렇게 물었다.

– 그 예고로비치라는 사람 어디서 찾을 수 있죠?
– 마을 어디에 있을 거요. 가게 근처 어디에. 저기 그 사람 보트 곁에 애들이 장난질 하죠?! 거기에 예고로비치 손자 녀석 바샤트카도 끼어 있어요. 그 녀석에 부탁하면 냉큼 갔다 올 거요.

바샤트카는 여남은 살쯤의 머리가 잘 도는 녀석이었다. 내가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그는 빠른 말로 지껄였다.

– 아나스타시야한테 갈려고요?? 잠깐만요! 할아버지를 당장 부를게요!

바샤트카는 내 대답은 다 듣지도 않고 깡총깡총 마을로 뛰어갔다. 그걸로 다 알 수가 있었다. 그한텐 대답도 필요 없었던 것이다. 바샤트카의 생각에 이곳의 이방인은 모두 한 가지 목적만을 가졌던 것이다. 난 강변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아무 할 일이 없어 강변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곳의 강폭은 1km는 될 것이다. 비행기에서도 끝이 안 보이는 망망대림(茫茫大林) 타이가 한 가운데 강물은 묵묵히 천 년을 흐른다. 과거의 무엇이 강물에 떠내려갔을까?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오비 강물이 아직까지 기억하는 과거가 있을까?
예르마크 Ermak가 오비 강변에 몰려 한 손에 칼을 들고 홀로 적과 싸웠겠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상처에서 피가 흘러 강물에 떨어지고 맥이 풀린 그의 몸이 강물에 떠내려갔을까? 물이 혹 이 모두를 기억하지는 않을까? 예르마크가 정복한 건 무엇일까? 그의 행위는 혹 지금의 깡패들 짓거리와 비슷한 건 아니었을까? 지금은 강물만이 그 진실을 알 것이다.

혹은, 징기스칸 군대의 급습이 강에게는 더 중대한 사건이었는지도 모른다. 과거 그의 한국(汗國, 오르다)은 위대했다 한다. 노보시비르스크 주에는 오르딘스코예(汗)라는 군청 소재지도 있다. 그 군내에는 징기스라는 마을도 있다. 강물은 다 보았을 것이다. 징기스칸의 군인들이 전리품을 싣고 퇴각하던 때, 군인들은 시베리아의 한 여인을 묶어 매었다. 강대한 장군은 뜨거운 언설과 사랑 그득한 시선으로 그녀에게 애원했다. 반항하지 말고 순순히 자기와 함께 가자고. 여인은 눈을 내려 뜬 채 아무 말이 없다. 장군 수하의 병사들은 모두 다 도망가고 이제 아무도 없다. 장군만이 여전히 그녀에게 무엇인가 말을 건네며 사랑을 애원한다. 그러다 여자와 금은보화가 든 자루를 말 등에 얹고 안장에 뛰어 오른다. 장군은 추적을 피해 충성스런 말을 타고 달아나며 강변을 향해 질주한다. 추적이 닥쳐온다. 장군은 추격자들에게 금을 던져준다. 자루가 바닥나자 다른 나라들을 토벌하고 받은 귀중한 훈장들을 자기 몸에서 뜯어내어 자기를 쫓는 사람들한테 풀 밭에 던져준다. 여전히 시베리아 여인은 떼어 놓질 않는다. 땀에 흠뻑 젖은 말은 장군을 태우고 오비 강가 조각배에 다다른다. 장군은 꼭 묶인 처녀를 말에서 조심스레 내려 조각배에 태운다. 자기도 뛰어오른다. 조각배를 장대로 밀어 강변에서 멀어지려는 찰라 막 추격해온 자들의 화살이 그를 관통한다. 물길 따라 조각배는 흘러내린다. 화살이 관통한 장군은 선미(船尾)에 엎어져 있다. 추격자들이 탄 세척의 조각배가 점점 더 다가와도 그걸 볼 겨를이 없다. 그는 처녀만을 다정히 쳐다본다. 얌전히 잠자코 앉아있는 처녀만을 바라본다. 아무 말이 없다. 무슨 말이고 할 여력이 남지 않았던 것이다. 시베리아 처녀도 그를 바라본다. 처녀는 다 쫓아온 사람들을 쳐다보곤 그들한테 혹은 다른 뭔가에 미소를 보낸 다음 자기 손을 묶고 있던 끈을 풀어 물 속에 던져버린다. 시베리아의 젊은 아가씨는 노를 잡았다. 그녀가 노를 젖는 배에는 상처를 입은 장군이 누워있고 추격자들은 결국 그 배를 따라잡지 못한다.

물의 흐름은 이들을 어디로 어느 시대로 흘려 보냈을까? 바로 이순간 이 흐린 강물은 우리에 대한 어떤 기억을 흘려 보내고 있을까?

강물아! 너는 대도시들이 중요하다 생각하니? 오비 강의 시원에서 가까운 곳 강변에 노보시비르스크란 커다란 도시가 있다. 강물아! 너는 그 도시의 크기를,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니? 네가 무슨 대답을 할지 난 훤히 안다. 그 도시가 쏟아내는 쓰레기가 엄청나고 과거 생명수였던 강물은 이젠 못 마신다고 하겠지. 하지만 어쩌겠니.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를 어디로 흘려보내냐구. 우리는 발전하잖아. 우리 조상들과는 다르다고. 우리 세상엔 수많은 학자들이 있지. 노보시비르스크 인근에는 과학자들이 모여 사는 소도시들이 여럿 있단다. 너한테 오물을 쏟아 붇지 않으면 우린 숨이 막혀 죽을 거야. 도시에서는 공기가 오염되어 숨쉬기 어렵고 알 수 없는 악취가 진동하는 곳도 있단다. 강물아! 이런 사정 다 아니? 우리 세상에 어떤 기계들이 있는지 알지? 네 물을 따라 과거에는 소리 없이 조각배가 다녔지만 지금은 디젤 증기선이 다닌다. 내 증기선도 네 물을 따라 다녔었지.

강물은 나를 기억할까? 하운업계에서 가장 대규모의 객선을 몰고 다닌 나를? 물론, 내 배는 새 건 아니었지. 전속력을 내면 엔진과 나사들이 하도 덜그럭대는 바람에 바에서 음악을 듣기가 곤란했어.
강물이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사건은 어떤 것이었을까? Malinin의 로맨스가 흘러나오고, 왕년엔 나도 높은 갑판에 올라, 혹은 창가에 서서 강물을 내려다 보았지.

백마를 타고 입성하고 싶었지.
선술집 여주인은 미소를 띄우고
다리 위 방아쟁이는 곱지 않은 시선.
여주인과 쌓은 그날 밤 만리장성.

그땐 강변의 부산한 사람들이 작고도 별 볼일 없다 생각했었는데 나도 그 중 한 사람이 되었다.
난 또 이런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아들과 접촉하는 것을 아나스타시야가 막지 않도록 설득할 수 있을까? 일이 좀 이상하게 풀렸다. 나는 평생 아들을 하나 나을 생각을 했다. 조그마한 아들녀석과 놀고, 그 애를 가르치고, 또 아들이 성인이 되면 나의 든든한 배후가 될 것이며 또 그 애와 같이 사업을 하리란 꿈을 꿨었다.

이젠 내게도 아들이 생겼다. 지금 내 곁에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세상 어디엔가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혈육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떠나기 전 내 아이에게 줄 물건을 사는데 너무도 행복했다. 사기는 샀는데 건네줄 수는 있을지 의문이다. 내 아들이 도시여자 시골여자 상관없이 보통여자한테서 태어났다면 일이 간단명료했을 터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염려하고 필요한 모두를 제공하고 교육에 동참한다면 어떤 여자라도 좋아할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많은 여자들이 양육비 청구소송을 낸다.
아나스타시야는 타이가의 외톨이로 삶에 대한 그녀만의 독특한 견해가 있고 가치관도 다르다. 그녀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내게 선언한 바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어떤 물질적인 혜택도 그 애한텐 필요 없어. 그 애는 처음부터 모두를 갖고 태어나. 당신은 그 애한테 아무 의미 없는 딸랑이든 뭐든 사주고 싶겠지. 그건 그 애한테 아무런 소용이 없어. 그건 당신의 자기만족 때문에 필요한 거야. “내가 얼마나 인자하고 자상한 아빠인데…” 하고>>

어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물질적인 혜택도 그 애한텐 필요 없어>> 그렇담 부모가 신생아에게 줄 수 있는 게 뭐람? 특히나 아버지는? 젖먹이를 아버지 식으로 교육하기는 아직 이르고. 그러면 아이에 대한 관심을 어찌 표현하란 말이지? 엄마야 젖을 먹이니 훨씬 쉽겠지만. 그런데 아버지는? 일반 현대 사회에서는 집안일을 돕고 가족에 필요한 물건을 공급할 수 있지. 하지만 아나스타시야한텐 이 모두가 소용이 없는 걸. 그녀가 가진 것이라곤 타이가의 빈터가 전부야. 그녀의 살림살이는 저절로 돌아가고 그녀에게 전적으로 봉사하지. 그러니 그 애가 그녀의 자식이란 걸 알면 곧 아이한테도 봉사할 것이야. 돈을 얼말 주면 그런 걸 살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 5ha의 땅을 사거나 장기임대 하는 게 이젠 어렵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얼마의 돈을 주면 암늑대, 암곰, 풀벌레, 독수리 등의 사랑과 충성을 살 수 있을까? 아나스타시야한테는 우리 문명의 이기(利器)가 전혀 필요치 않다고 치고, 왜 애까지 엄마의 그런 세계관 때문에 고생을 해야 한단 말인가? 좋은 장난감도 빼앗는 거 아닌가? 이에 대해서도 아나스타시야한테는 자기만의 견해가 있다. <<아무 의미 없는 딸랑이든 뭐든 그 애한텐 필요 없어. 그 애한테 해가 되고, 진리로부터 멀게 해…>>

그녀의 과장이 좀 지나치거나 아니면 순전히 다 미신 덩어리인지도 모른다. 인류가 어린애들을 위해 그 많은 장난감들을 이유 없이 그냥 만들었을까?! 난 아나스타시야와 논쟁하고 싶지 않아서 딸랑이를 사지 않는 대신 상자에 이렇게 적혀있는 로고블록을 샀다: <<어린이 지능 개발 장난감>>. 온 세상이 애용하는 1회용 기저귀도 충분히 샀다. 유아식도 많이 샀다. 그걸 준비하는 방법이 너무나 간편해 정말 기뻤다. 상자를 열면 그 속에 방수 은박 포장이 나온다. 그걸 가위로 잘라서 그 속에든 내용물을 따뜻한 물에 털어 넣고 휘저으면 조리 끝! 가루 종류도 여러 가지이다. 메밀로 만든 것, 쌀, 기타 다른 곡기로 만든 것까지.
봉투에는 이렇게 명시되어있다: 여러 종류의 비타민들이 보강되었다고. 내 딸 뽈리나가 어렸을 때만 해도 매일 유아식을 파는 가게를 다녔는데 이젠 상자를 여럿 사서 그냥 먹이기만 하면 되니까 간편하다. 끊일 필요조차 없다. 물에 타면 끝이다. 아나스타시야가 물을 끊여 먹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대량 구입하기 전에 난 한 상자를 사서 시험해 보았다. 실온의 물에 상자 속의 가루를 타보았더니 잘 녹았다. 먹어보니 맛도 괜찮았다. 어린아이용이라서 소금이 안 들어가 싱겁기는 했지만 어린애한테는 소금을 넣지 말아야 하나 보다. 이 유아식에 대해서는 제 아무리 아나스타시야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 난 생각했다. 이런 편의를 저버린다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우리 과기세상을 아나스타시야도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우리 세상은 무기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어린아이에 대해서도 염려한다고. 그런데 아나스타시야가 말한 것 중에 걸리는 게 있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 난 더 걱정이 됐다. 아나스타시야는 말했다. 내가 아들과 어울리려면 나 스스로 일정 수준의 깨끗한 생각을 가져야 하고 속내가 정화돼야 한다고 했다. 내 속을 어떻게 씻어야 한다는 건지 난 알 수가 없다.
어린애한테 다가가기 전에 면도를 하거나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면, 옷을 깨끗이 입어야 한다면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런데 아나스타시야는 깨달음이 어쩌구 속내의 정화가 저쩌구 한다. 속을 깨끗이 청소할 솔을 파는 데가 있나? 그리고, 내 속이 뭐가 그리 더럽단 말인가? 다른 사람보다 나을 건 없지만 못할 것도 없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그런 요구 조건을 남자들한테 내건다면 세상에 온통 청소 말고 할 일이 없겠다. 그건 법에도 안 맞는다.

부모가 설사 이혼을 했을지라도 부모 중 한쪽이 다른 쪽을 막아 아이를 못 보게 할 수 없다는 민법조항을 아나스타시야에게 보여주려고 떼어 왔다. 하긴, 우리 세상의 법이 아나스타시야한테 갖는 의미는 적다. 그래도 중요한 논거는 되니까. 대부분의 사람이 법을 따르니까. 어린애에 대한 부모의 권리는 동등하다며 아나스타시야한테 더 강하게 주장할 수도 있다. 전에는 그렇게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지금은 초기의 내 결심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다. 이유는 이렇다. 내 어깨가방 속에는 여러 물건 외에 독자들의 편지가 들어있다. 너무 많아서 다 가져올 수도 없었다. 가방에 다 들어가지도 않는다. 여러 통의 편지에서 독자들은 아나스타시야를 이해하는 쪽이었다. 아나스타시야를 구세주니, 타이가의 요정이니, 여신이니 하고 부르고 시와 노래를 헌사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와 마치 가장 가까운 친구인양 얘기를 나눈다. 끊길 줄 모르고 밀려드는 편지를 보고 행동과 말을 다시 심사숙고 할 수밖에 없었다.

강변의 예고로비치 모터 보트 곁에 앉아 난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 저녁 무렵 내 쪽으로 다가오는 두 명의 남자와 예고로비치 손자 녀석이 보였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 남자는 예순 안팎으로 판초와 고무 장화 차림이었고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데다 비틀비틀 걸었다. 다른 남자는 서른 살 정도의 젊은이로 다부진 체격이었다. 내게 가까이 다가왔을 때 청년의 짙은 아마색 두발에선 희끗희끗한 머리 다발을 볼 수 있었다. 나이가 든 남자는 내게 가까이 다가와서는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 안녕하쇼, 나그네 양반. 아나스타시야한테 가는 길이오? 건네 드려야지. 건너 드릴 테니 50만 하구 추가로 두 병을 준비하소.

아나스타시야를 찾아 가는 사람이 많다 보니 요금이 바가지구나 난 생각했다. 저들에게는 나도 아나스타시야를 찾아가는 또 한 명의 순례자에 지나지 않겠지. 그래도 난 이렇게 물었다:
– 왜 내가 무슨 아나스타시야를 찾아간다고 생각합니까? 그냥 마을에 들어갈 수도 있잖소.
– 마을이면 마을로 모십죠. 그래도 50만은 준비합소. 50만이 안 되면 마을까지 건너주지 못하지.

나한테 건네는 예고로비치의 말투는 퉁명스러웠다. “바가지 요금을 받으면서 말투도 저 지경이니 이거 웬일이야? 난 생각했다. 어쨌든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마당에 합의하는 수 외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는 돈 벌 기회에 기뻐하는 기색도 없고 사러 보낸 보드카 두 명에 조바심을 내기는커녕 나를 점점 더 불쾌하게 대했다. 옆에 돌을 깔고 앉아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 마을에 간다고…. 무슨 마을? 다 기울어진 집 여섯 채가 고작인데. 누가 이 마을을 찾는다구.
– 아나스타시야를 찾는 사람들이 종종 있나부죠? 운송 사업이 짭짤 하겠어요?- 대화를 잇고 나에 대한 적대감을 다소나마 해소할 목적으로 내가 예고로비치에게 질문을 날렸다. 예고로비치는 불쾌한 듯 대답했다.
– 누가 초대를 했다는 거야 그래! 고집스럽게들 들이대기는. 아무리 해도 막을 수가 없어. 아나스타시야가 초대를 하던가 말이오. 했냐구? 그 여자가 초대한 사람 아무도 없어! 어느 한 사람한테 삶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더니 그 사람이 책을 써냈대. 좋아. 쓰라고 해. 그런데 왜 장소는 밝히냐고?! 우리는 밝히지 않잖아. 그런데 그 사람은 한 번 만나고서는 책을 써냈고 장소까지 밝혔다는 게야. 여편네들도 다 알잖아?! 장소를 밝히면 아나스타시야가 편한 날이 없을 거라는 것쯤은.

– 아나스타시야 책을 읽어보셨습니까?
– 난 책은 안 읽어. 내 동업자 사쉬까(알렉산드르의 애칭: 역주)가 책을 좋아하지. 우린 자넬 마을까지 한 번에 데려다 주지 못하네. 멀어. 보트 엔진은 힘이 없고. 낚시꾼 오두막까지 가서 거기서 한 밤 지낼 거야. 아침에 사쉬까가 자넬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걸세. 그 동안 난 낚시질을 할 거고.
– 그렇게 하시죠. – 이렇게 답하고 난 생각했다. <<예고로비치가 내가 아나스타시야 책의 저자라는 걸 몰라서 다행이다>>

예고로비치의 동료 사쉬까가 보드카를 사왔다. 그 둘이 보트에 고기잡이 어구를 싣고 있는데 예고로비치의 손자 녀석이 하마터면 나의 일정을 망쳐놓을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예고로비치한테 새 라디오를 사게 돈을 달라고 졸랐다.

– 안테나로 쓸 장대를 이미 끌어다 놓았어요. 어떻게 세울까 생각도 해놨고요.-바샤트카가 말했다.- 안테나로 쓸 전선도 있어요. 라디오에 안테나를 연결하면 여러 가지 방송을 잡을 수 있어요.

|2015년 7월 10일|카테고리: 아나스타시아|Tags: |

글쓴이 :

한씨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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