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권 미리보기

누구 집에 들어야 할지?

그 옛날 하늘 아래 여러 사람이 사는 마을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마을에는 아흔 하고도 아홉의 가구가 화평성대 속에 풍요롭게 살았습니다. 집집마다 멋진 집에, 멋진 문양의 나무세공이 훌륭했지요. 집을 둘러싼 동산에는 과수가 해마다 풍성하게 결실을 맺었으며, 밭에서는 야채며 산열매가 각양각색 수를 놓으며 저절로 자랐습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반갑게 봄을 맞았고 여름은 그야말로 낙원이 따로 없었습니다. 연이어지는 잔치와 축제에선 노래와 춤이 생겨났습니다. 매일 매일의 축제로부터 쉬는 겨울이 돌아오면 사람들은 밤하늘을 쳐다보며, 별과 달을 지금보다 더 아름답게 수놓을 수 없을까 곰곰이 생각하곤 했습니다.

삼 년마다 한 번씩 칠월이 되면 이 마을 사람들은 동네 어귀의 숲 속에 모였습니다. 삼 년마다 한번씩 하나님은 보통 사람의 목소리로 사람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셨습니다. 보통 눈엔 안 보이지만 모두가 느낄 수 있는 하느님이었습니다. 하루 하루를 모아 더 나은 삶을 쌓는 방법을 마을 사람들과 의논하였습니다. 사람들과 하느님의 대화는 깊기도 했지만 단순하고 장난스럽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이었지요. 중년이 남자가 일어서서 하나님께 선언했습니다.

-하나님, 이번 여름 축제 때 우린 새벽같이 다 모였는데 왜 비를 뿌렸어요, 그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점심 전까지 비가 쏟아지더니만 겨우 점심 때가 되어서야 비가 그쳤단 말이어요. 하느님, 그때까지 늦잠을 주무셨나요?

-자지 않았소, -하느님이 답했습니다- 새벽부터 나는 어떻게 하면 축제가 성황리에 끝날까 고민 중이었다오. 내가 보니 게을러서 깨끗한 물로 씻지도 않고 축제에 오는 사람이 있었다오. 어찌하면 좋지? 지저분한 모습으로 축제를 망쳐 놓을 테니… 그래서 묘안이 떠올랐다오. 우선은 모두를 다 씻겨주고 그런 다음 구름을 쫓아내고 젖은 사람들의 몸을 햇빛으로 따뜻하게 말려 주기로…

-아 예… 그 남자는 슬그머니 수염에 묻은 음식을 닦아내며 물러섰습니다. 아들의 입 주변에서도 딸기 먹고 남은 자국을 훔쳐냈습니다.

– 말씀해 주세요, 하느님, – 나이가 들고 생각이 깊은 철학자가 하느님께 여쭈었습니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한데 별들의 휘황찬란한 문양은 무슨 뜻인가요? 지상의 삶이 싫증나면, 내가 마음에 드는 별을 골라 우리 가족과 함께 그 별에 가서 살 수 있나요?

– 어두움에서 반짝이는 천체의 문양은 온 우주의 생명을 말하는 것입니다. 편안하고 조신한 마음으로 하늘의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하늘의 책은 들뜬 마음이나 호기심이 아니라 오직 깨끗하고 의미 있는 생각에만 문이 열립니다. 별에 가서 사는 것은 가능합니다. 누구나 자기 마음에 드는 별을 고를 수 있습니다. 지켜야 할 조건은 딱 한 가지 입니다. 자기가 선택한 별에서 지구에서보다 더 멋진 창작물을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엔 풀 밭에서 갑자기 한 소녀가 앞으로 나와서는 딴 머리를 어깨 너머로 훽 넘기고 납작한 들창코에 작은 얼굴을 치켜들고 또 허리에다 버릇없이 두 손을 얹은 채 하느님한테 선언했습니다.

– 나는 하느님께 따질 게 하나 있어요. 오늘을 위해서 난 장장 2년을 기다렸다고요. 이제 말해야겠어요. 지구에 엉망진창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즐겁게 살아요. 그런데 내가 무슨 죄가 있나요? 봄이 되기가 무섭게 내 볼에는 여드름이 난다고요. 씻어낼 수도 없고 화장으로 덮을 수도 없어요. 하나님, 그거 장난 치려고 생각해낸 거예요? 새 봄에는 나한테 여드름이 하나도 나지 않게 해주세요!

– 오, 내 딸아! 봄에 너의 아름다운 얼굴에 피는 것은 여드름도 주근깨도 아니란다. 하지만 편의상 네가 부르는 데로 부르마. 여드름이 불편하다면 다가오는 봄에는 내가 없애주마- 하느님이 소녀에게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건장한 몸매의 한 청년이 일어서더니 고개를 떨군 채 조용히 하나님께 말했습니다

– 봄에 해야 할 일이 적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바쁘십니다. 그러니 그 여드름에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게 너무도 멋지잖아요. 난 여드름이 난 젊은 아가씨보다 더 훌륭한 건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 이거 어찌하면 좋다? 하나님이 생각에 잠겨 말했습니다. 아가씨의 청에다 약속까지 했으니…

– 어찌하면 좋다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다시 그 아가씨가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백성들이 말하잖아요 <<여드름이 아니라 다른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요. 아 그리고 그 주근깨라면 말이죠, 그러니까 요렇게 대칭을 이루어야 하니까 오른쪽 뺨 여기에도 두 개 더 해주세요.

하느님은 넉넉하게 웃었습니다. 그건 사람들의 웃음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마을엔 곧 사랑이 듬뿍한 새 가족이 하나 더 생길 거라고 모두들 알아차린 것이죠. 이 좋은 마을에서 사람들은 하나님과 그렇게 지내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마을로 일백 명의 현인들이 나타났습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항상 손님들을 온갖 음식으로 대접하며 정성껏 맞았습니다. 열매를 먹어본 현인들은 그 맛이 너무 좋아 감탄에 마지 않았습니다. 그 중 한 명이 말했습니다:

– 사람들이여, 여러분의 삶은 질서 있고 훌륭하오. 모든 가정에 풍요와 안락이 있소. 허나 딱 하나 하나님과 대화하는 문화가 없소. 하나님에 대한 영광 돌림과 예의가 없소.

– 왜요?! – 주민들은 웅성웅성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과 친구처럼 대화한다고요. 3년에 한 번씩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매일 해님으로 올라서고, 봄이 되면 마을 사람 각각의 동산에서 꿀벌처럼 열심히 일합니다. 겨울에는 눈으로 땅을 덮지요. 하나님의 일은 그렇게 분명하시고 우리는 매 순간 기쁩니다.

– 여러분의 방식이 바르지 않습니다. 현인들이 말했습니다. 하나님과 대화하는 방법을 여러분들께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지구 어디에든 하느님의 성전과 예배당을 있습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하느님과 매일 대화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께도 가르쳐드리지요.

마을 사람들은 3년간 현자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하느님의 교회를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교회에선 매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백 명의 주장이 각기 달랐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백 명 중 어떤 주장을 믿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게다가 현자들을 섭섭하지 않게 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모든 현인의 말을 들어 모두가 교회를 짓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한 가정에 교회 하나씩. 아 그런데 마을 가구 수는 아흔 아홉이고 현인들은 백이었습니다. 주민들의 결정을 듣고 난 현인들은 걱정이었습니다. 누구에겐가는 교회가 하나 모자랄 것이고 누군가는 헌물을 못 받을 것이니까요. 현인들 사이에서는 누구의 주장이 하느님을 숭배하는데 효과적인가 하는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마을 주민들을 이 싸움에 끌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말싸움은 달아 올랐고 마을 사람들은 처음으로 하느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잊어버렸습니다. 예전과 같이 정해진 날에 숲에 모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3년이 더 흘렀습니다. 마을 외곽에는 아흔 아홉 개의 숭엄한 교회들이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사는 집들은 예전과 달리 깨끗하지 못했습니다. 채소도 다 거두어 들이지 않았습니다. 동산의 과일은 벌레가 먹기 시작했습니다.

– 그것은 다 여러분이 믿음이 모자라기 때문이오. 현인들은 여러 교회에서 설교했습니다. 교회에 더 많은 선물을 바치시오. 하느님께 더 간절히, 더 자주 절하시오.
그런데 교회를 받지 못한 한 현자는 슬그머니 돌아다니며 이렇게 말을 퍼트렸습니다. 교화를 잘못 지었어요. 예배의 법도가 어긋났어요. 기도 말씀도 적절하지 못해요. 하느님과 대화하는 법을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입니다. 이 현자가 누구 한 명을 기어이 설득시키자마자 새 교회가 하나 올라가고 기존 교회 중 하나가 바로 황량해졌습니다. 교회를 잃고 선물을 못 받게 된 현자는 사람들 앞에서 몰래 다른 현자를 헐뜯었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사람들은 예전에 온 마을 사람들이 숲 속에 모여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었던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사람들은 다시 숲에 모여 하나님께서 답을 해주시리란 기대를 하며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대답해 주세요. 무슨 일이길래 동산에선 벌레 먹은 열매가 나죠? 밭에서는 잘 되던 채소가 잘 안되니 그건 왜죠? 사람들은 논쟁하고 멱살잡고 소리지르고 그래도 모두를 위해 좋은 신앙을 선택하지 못하니 왠 일이죠? 우리가 당신을 위해 지은 교회 중 어디에 사시는 지 말씀해 주세요.

사람들의 질문에 오래도록 하느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늘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을 때 그 목소리는 밝지 않고 피곤한 목소리였습니다. 모인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답했습니다:

– 나의 아들들이여, 나의 딸들이여. 동산으로 둘러싸인 여러분의 집이 지금 황폐함은 내가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원래부터 꿈으로 계획되기를 여러분과 함께 해야만 난 훌륭한 걸 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집과 동산으로부터 약간 등을 들렸어요. 나 혼자는 짓지 못해요, 반드시 함께 지어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사랑과 선택의 자유는 여러분 자신에 있습니다. 난 여러분의 꿈에 대한 열정을 언제든 따르겠어요. 사랑하는 나의 아들이여 딸이여, 여러분께서 말씀해 주세요. 내가 어느 교회에 들어야 하나요? 내 앞에 여러분은 모두 평등합니다. 누구도 섭섭하지 않으려면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하나요? 여러분이 이 문제를 풀고 나면 난 여러분 공동의 의지에 따르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하시고 말을 거두셨습니다. 한 때 아름다웠던 마을의 주민들은 지금까지도 계속 말다툼 중입니다. 이들의 집에는 황량함만이 굴러 다닙니다. 교회의 첨탑은 높아만 가고 논쟁은 더욱 날카롭습니다.

|2015년 7월 10일|카테고리: 아나스타시아|Tags: |

글쓴이 :

한씨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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